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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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 현대자동차

이하나, 2020년 11월 16일

현대자동차뚝심, 호랑이 회장 하면 어떤 기업이 생각나시나요? 힌트를 더 드리자면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를 만든 회사입니다. 이제 슬슬 감이 오시죠? 오늘 소개할 자동차 기업은 바로 현대자동차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내수 판매량 70만대를 기록하였으며 2020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종합 브랜드 순위 36위, 자동차 부문 5위를 달성하는 등 국내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의 설립부터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기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알아가 보도록 합시다!

현대자동차의 뿌리, 아도서비스

정주영 회장정주영 회장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의 자동차를 대표하고 있는 기업이라 회사 설립 초기부터 거창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그마한 카센터에서 시작하였습니다. 1940년 정주영이 인수하여 운영한 아도서비스(Art Service)라는 작은 자동차 정비 회사가 오늘날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로 성장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뿌리입니다.

1915년 강원도 통천군 답전면 아산리에서 태어난 정주영은 어린 시절 굉장히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채 아버지와 농사를 지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정주영은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차례 가출을 감행하며 서울에 올라와 1934년 경성 신당동에 위치한 복흥상회라는 쌀가게 배달원으로 취직하여 일하게 되었습니다. 성실하며 부기를 할 줄 아는 정주영은 쌀가게 주인의 신임을 받아 술과 노름에 빠진 아들을 대신하여 1938년 가게를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년 후 1940년 중일전쟁이 일어나 일제가 식량 배급제를 실시하게 되며 결국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좌절도 잠시 정주영은 “일본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업이 없을까?” 생각하다 자신이 몰던 트럭을 정비해 주던 정비사 이을학 씨의 권유로 아도서비스(Art Service)라는 자동차 수리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25세의 젊은 정주영은 3,500원을 주고 자동차 정비소를 인수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현대자동차그룹의 뿌리입니다. 정주영의 성실성과 열정을 지켜봐 온 사람들은 아도서비스에 자동차 수리를 맡겼고, 개업 20일 만에 빌린 돈과 남은 잔금을 갚을 만큼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정주영의 자동차 정비 사업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잔금을 갚고 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한 직원의 부주의로 공장에 불이 나 공장은 물론이고 수리하던 차들까지 전부 타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주영의 정비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정주영은 우여곡절 끝에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불타버린 자동차에 대한 배상을 하고 공터에서 무허가 정비업을 시작했습니다.

1930년대말 정주영이 운전하던 트럭1930년대말 정주영이 운전하던 트럭하지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개업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동대문 경찰서의 무허가단속으로 정비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기 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일본인의 협박에 시달리던 정주영은 매일 보안주임의 집으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계속된 애원 끝에 몰래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정주영은 밤새 일하며 자동차의 기능과 기술을 습득해나갔고 후에 직접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도서비스는 정주영의 노력을 알아주듯 1년 만에 300평이 넘는 새로운 공장, 수십 명의 직원이 있는 큰 공장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1942년 5월 일본이 내린 기업 정비령에 의해 다른 공장에 흡수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정주영은 부득이하게 자동차 정비업을 중단하고 운송업을 시작하여 광석 운반 하청을 했지만, 불화로 인해 이마저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해방 후 1946년 정주영은 서울시 중구 초동에 있던 대지에 정비공장을 짓고 ‘현대자동차 공업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자동차 정비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상 현대자동차의 뿌리가 된 자동차 정비 사업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1967년 현대자동차 설립

정세영 회장정세영 회장현대자동차가 정식으로 설립된 것은 1967년 12월 30일이었습니다. 건설업으로 돈을 번 정주영은 정부로부터 자동차 회사 설립 허가를 받고 자동차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 후 현대건설에서 일하고 있던 정주영의 넷째 동생인 정세영을 대표이사로 정하고, 미국 포드(Ford)와 기술제휴를 통해 현대자동차 최초의 자동차인 포드 코티나(Ford Cortina)를 생산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코티나는 75마력의 성능을 내는 포드의 1.6리터 4기통 엔진을 사용하였으며, 변속기는 4단 수동 변속기를 사용했습니다. 현대 코티나는 먼저 출시된 신진 코로나에 비해 가격은 비쌌지만 큰 인기를 누리며 출시 1년 만에 5천여 대를 생산하고 10억 원대의 매상을 올리는 등 높은 판매량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에 들어 포드 코티나에 품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품질 문제는 서스펜션, 라디오 등의 잦은 고장과 비포장된 국내 도로 상황에 맞지 않은 자동차 설계, 침수된 부품 사용 때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 코티나는 고치나, 코피나, 골치나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1970년 정부의 수요억제 정책으로 인해, 코티나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71년 9월에 단종되었습니다. 또한 1972년 미국 포드와의 갈등으로 인해 추가 협상이 결렬되고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는 1973년부터 독자적인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포니(Hyundai Pony)현대 포니(Hyundai Pony)현대자동차 내부에서는 첫 시도로 인한 부담감과 가능성에 확신이 서지 않아 독자적 모델 개발을 꺼렸지만, 정세영 대표는 굴하지 않고 독자 모델 개발을 강하게 추진했습니다. 이에 따라 1976년 현대 포니(Hyundai Pony)를 출시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은 일본에 이은 아시아 두번째 독자 자동차 생산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에콰도르와 캐나다에 포니를 최초로 수출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해외에서 포니가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인 자동차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자동차 제조 역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포니는 현대자동차의 초석으로 후에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라인업을 형성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포니를 통해 보여준 가능성으로 당시 현대자동차의 대표였던 정세영 회장은 ‘포니 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1998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여 현대자동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정몽구 회장1999년에는 정세영 회장의 뒤를 이어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의 경영권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정세영 회장은 아들인 정몽규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주고자 했으나, 형인 정주영 회장이 집안 장자인 정몽구에게 물려줄 것을 요구하여, 결국 조카에게 물려주게 되었습니다. 새로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몽구는 현장 경영, 품질 경영을 내세우며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5위에 달하는 완성차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또한 제네시스(Genesis) 브랜드를 고안하여 현대자동차 내 프리미엄 브랜드 계열을 만들어냈고, 미국, 중국, 유럽, 브라질 등과 같은 해외 각국에 공장을 건설하여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해외 각국에 뻗어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들 중에서 글로벌 판매 비중이 첫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 베이징 공장과 두 번째로 큰 시장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현대가 중국에 세운 베이징현대(北京现代) 공장은 현대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北京汽车)가 합자하여 만든 브랜드입니다. 베이징현대는 현대자동차 최초의 해외 합작 공장으로 본사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해 있습니다. 공장 면적은 100㎡가 넘는 큰 규모를 자랑하며 중국 현지에 특성화된 자동차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베이징현대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 협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역할을 하며, 2018년까지 생산 판매 대수 800만 대에 이르는 등 큰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 쏘나타(Hyundai Sonata)현대 쏘나타(Hyundai Sonata)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가 중국 진출 후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상승하는 것을 보며 중국 내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중국 시장에 좀 더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고객 우선 제품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중국 현지 밀착 경영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 아반떼를 출시한 지 11개월 만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당히 중국 자동차 시장 내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국 현지 업체들의 성장으로 인해 2020년 현대자동차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순위는 12위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베이징현대(北京现代) 공장베이징현대(北京现代) 공장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Alabama) 공장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Alabama) 공장

그렇다면 이제 미국에서는 어디에 공장을 짓고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현대자동차의 미국 공장은 미국 앨라배마(Alabama) 주 몽고메리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대자동차가 한화로 1조 3,500억 원을 투자하였으며, 면적 716만m2(축구장 950개) 크기에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거대한 공장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1989년 북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캐나다 브루몽에 공장을 지었다가 1993년 공장을 철수하는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차 내부 임원들은 앨라배마주에 공장 설립을 반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앨라배마주 공장 설립을 추진하여 결실을 맺었습니다.

2005년 미국 앨라배나 공장 설립 이후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후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신차 판매 확대와 다양한 마케팅 활동,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자동차 개발 등의 대응을 하며 판매량 확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2020년 7월에는 5만 8,934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였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을 100%로 늘렸고, 3교대 근무를 유지하며 미국 내 다수 완성차 공장과 완전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또한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계획하며 향후 미국 자동차 시장 회복을 대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수 시장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기자동차 세계 1위를 향하여

정의선 회장정의선 회장활발한 해외 활동과 위기 때 빛을 발하던 역발상 전략을 펼친 정몽구 회장의 뒤를 이어 2020년 아들인 정의선 회장이 취임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생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에 취임했고,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도심항공기(플라잉카), 로보틱스와 같이 분화할 미래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변모할 것이라는 큰 틀을 제시하였습니다. 수소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자동차는 ‘세계 10대 엔진’에 두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납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수소경제 연구개발에 7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2019년 미국의 엔진 제조업체 커민스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으며, 스위스의 수소에너지 기업 H2 에너지와 합작법인도 세워 2020년 하반기에 수소 전기 대형 트럭을 생산해 유럽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한국에서도 연간 50만 대 규모의 수소 전기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8년 7,000여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수소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2024년 이전에 출시할 예정이며, 기관차 형태의 디자인을 가진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 차량인 넵튠(Neptune)을 양산하여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대 코나(Hyundai KONA)현대 코나(Hyundai KONA)현대자동차의 수소차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Ioniq)을 출시하며 전기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이오닉은 2017년은 1월에 255대, 2월 304대를 팔아 총 559대가 팔렸고, 2018년 1월 1,086대, 2018년 2월 949대를 팔아 총 2,035대를 내수로 팔았습니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2018년 내수시장에서 4배에 가깝게 판매량이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코나, 아이오닉, 포터, 중국 시장 판매 전용 라페스타 같은 4종류의 전기차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모델 수를 23종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도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한 달 동안 유럽 내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의 비중은 13.3%로 2019년 8월 4.7%에 불과했던 판매 비중이 두 배나 오른 셈입니다. 더 나아가 자동차뿐만 아니라 독일에 가정용 미니 충전 패키지인 ‘월 박스’를 선보여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한 발짝 더 다가갔습니다. 월 박스는 전력과 전압이 충분하지 않은 가정에서 전기차 충전을 위해 마련된 시스템입니다. 월 박스를 이용하면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코나 일렉트릭을 충전할 때 효율적으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현대자동차는 자사 전기차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편의성을 주기 위한 시스템 또한 제공하는 중입니다.

현대자동차는 향후 세계 1위 전기자동차 제조회사로 올라가기 위해 기술 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조그마한 카센터에서 시작하여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글로벌 기업이 되기까지 현대자동차의 역사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9년 기준 현대자동차는 매출액 105조원, 직원수 7만명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했습니다. 세계 1위의 전기자동차 제조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큰 포부를 가진 현대자동차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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