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의 심장, 엔진 이야기
김서현, 2021년 2월 18일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는 엔진(engine)의 역할이 큽니다. 엔진으로 연료가 주입되면 연료는 엔진 안에서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연소됩니다. 폭발하는 힘으로 피스톤을 밀어내고 피스톤과 연결된 축이 회전하면서 축과 연결된 바퀴에 힘이 전달되어 자동차가 움직입니다. 지금부터 엔진의 구성요소부터 엔진의 구동원리, 실린더를 배열하는 구조에 따라 다양한 엔진 종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엔진의 구성요소
엔진(engine)엔진의 구성요소는 엔진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실린더, 밸브, 피스톤, 크랭크 샤프트, 커넥팅로드 등은 같습니다.
실린더(cylinder)는 피스톤의 상하 또는 좌우 왕복운동으로 혼합기체가 들어오고 빠져나가며 압축과 폭발이 일어나는 빈 원통형 공간입니다. 실린더가 들어갈 자리의 쇳덩어리 부품을 실린더 블록이라고 합니다. 밸브(valve)는 실린더 위에서 열고 닫히며 혼합기를 흡입하거나 폭발한 뒤 남은 배기가스의 배출을 조절하고 폭발 과정 중 실린더의 밀폐를 유지합니다. 흡기밸브는 혼합기의 유입을 조절하고, 배기밸브는 배기가스의 배출을 조절합니다. 피스톤(piston)은 실린더 안에서 왕복 직선운동을 하면서, 실린더 안에서 생긴 혼합기의 폭발력을 크랭크샤프트(crankshaft)로 전달합니다. 받은 힘으로 회전하는 크랭크샤프트가 전달하는 힘을 다시 실린더로 이어 압력을 가합니다. 크랭크샤프트는 피스톤의 왕복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축입니다. 회전축에 수평으로 엇갈린 축 여러 개를 묶어놓은 것이며, 커넥팅 로드의 움직임은 크랭크샤프트의 회전축 중심과 엇갈린 축 중심의 거리만큼으로 제한됩니다. 실린더 개수에 따라 회전축 중심을 기준으로 한 엇갈린 축의 배치각도가 다릅니다. 커넥팅로드(connecting rod)는 피스톤과 크랭크샤프트를 연결하는 막대입니다. 길이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피스톤과 크랭크샤프트 사이에 힘을 전달하며 두 부품 사이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밖에 엔진이 회전할 때 발생하는 마찰력에 의한 동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엔진에 윤활유를 공급하는 윤활장치와 엔진에 발생한 열을 흡수해 엔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냉각장치가 있습니다.
엔진의 작동 원리
엔진의 작동 방식을 알아보기 전에 ‘행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피스톤이 한 번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을 ‘1행정’이라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4행정 방식이며, 2행정, 5행정, 6행정 방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행정 방식은 피스톤이 한 번 왕복하는 동안 즉, 2행정하는 동안 한 주기가 끝납니다. 4행정 방식은 흡입, 압축, 폭발, 배기를 반복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엔진의 4행정 사이클
1. 흡입
두 밸브가 닫혀 있고 피스톤이 가장 위에 있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피스톤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흡입밸브가 열려 혼합기체가 실린더 안으로 주입됩니다. 그리고 피스톤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흡입밸브가 닫히고 흡입이 끝납니다.
2. 압축
플라이휠의 회전운동으로 피스톤이 다시 위로 올라가면서 주입된 혼합기체를 압축합니다. 압축된 혼합기체는 부피가 줄어들며 밀도가 높아져 폭발력이 강해집니다.
3. 폭발
피스톤이 맨 위에서 불꽃방전을 일으켜 밀도가 높아진 혼합기체가 순간적으로 연소됩니다. 연소되면서 생기는 폭발로 피스톤을 밀어 내립니다. 여기서 연소 기체의 열에너지가 플라이휠의 회전운동 에너지로 바뀝니다. 피스톤이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실린더 안에는 배기가스가 남습니다.
4. 배기
플라이휠의 회전운동에 따라 아래로 내려간 피스톤이 다시 올라올 때 배기밸브가 열리면서 연소기체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피스톤이 맨 위로 올라갔을 때 배기밸브가 닫히고 흡기밸브가 열리면서 흡입 과정이 다시 시작됩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엔진의 실린더에 연료를 흡입하여 폭발시킨 힘으로 피스톤을 밀어내고 밀려난 피스톤이 축을 회전시켜 그 힘이 바퀴에 전달되어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입니다.
엔진의 종류
직렬엔진
6기통 직렬엔진엔진의 실린더 방향이 수직 방향인 실린더가 일자로 나란히 나열되어 있는 엔진을 직렬엔진이라고 부릅니다. 엔진의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며 기본 형태입니다. 직렬엔진은 경차부터 중형차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엔진의 방식입니다. 약자로는 일렬로 늘어서 있다는 의미의 inline의 ‘I’(엘)을 따와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4기통 직렬엔진일 경우 L4(Linear)나 I4로 표기합니다.
직렬엔진의 모든 부품은 일관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어 다른 방식의 엔진과 비교했을 때 설계가 단순하며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진동에 대한 변수가 적어 진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기도 쉽습니다. 직렬 6기통 엔진은 사이클 과정에서 1번과 6번 피스톤, 2번과 5번 피스톤, 3번과 4번 피스톤이 똑같은 위치에 있게 됩니다. 즉, 서로 진동을 흡수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서 진동만 고려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엔진이 됩니다. 엔진의 실린더가 일정한 직렬로 배열되어 있어 일정한 각도에서 폭발할 수 있고 수직으로 배치되어 있어 중력 방향으로 직접 충격을 주어서 횡진동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엔진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회전이 부드럽습니다. 회전이 부드러워 에너지 효율이 높고 비교적 출력도 높습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균일한 힘을 제공하여 진동이 적습니다. 또한, 다른 병렬엔진에 비해 엔진헤드가 적어 엔진헤드와 관련된 부품 수가 적어지면서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보통 2,000cc급 전후의 소형 또는 중형 엔진에서는 정숙성과 정비성, 생산성이 모두 뛰어나지만 그 이상의 배기량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I3, I4, I6이 대표적이며 진동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4기통과 6기통이 많습니다. 이러한 엔진은 하나의 실린더 블록으로 충분하며 캠샤프트, 실린더 헤드 등 부품의 개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입니다. 하지만 실린더가 수직으로 장착되기 때문에 박서엔진이나 비스듬히 누워있는 다른 엔진들보다 무게 중심이 높아 차량의 동력성능이 저하되는 점도 있습니다.
직렬엔진은 보통 최대 6기통이 한계입니다. 6기통 이상은 실린더가 일렬로 배열된 직렬엔진의 특성상 엔진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I4를 위해 설계된 엔진룸은 약간의 변경으로 V6 엔진을 장착할 수 있지만, 직렬 6기통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엔진룸을 길고 넓게 다시 설계해야 하고, 큰 엔진룸은 커다란 차체를 만들어 무겁고, 큰 차체는 많은 연료가 필요합니다. 만약 블록의 격벽을 얇게 만들어 부피를 줄인다고 해도 엔진의 내구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기통수가 많아지면 크랭크축에 비틀림 하중이 증가하여 축에 많은 무리가 가므로 비교적 고속을 요구하는 자동차 엔진에서는 6기통을 초과하지 않습니다.
이 단점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렬엔진보다 공간 효율성이 높은 V형 엔진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3기통과 4기통은 정비성과 생산성이 좋아 여전히 승용차 엔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차체 길이가 긴 트럭이나 중대형 버스에는 승용차에 비해 엔진룸이 넓어 공간 배치의 단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6기통 엔진도 사용합니다.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는 국내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6기통 엔진을 가로 형태로 탑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각각의 실린더 간격을 6mm로 좁혀 엔진의 내구성을 유지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었습니다. 볼보(Volvo)의 경우 4기통과 6기통의 사이인 직렬 5기통 엔진을 탑재하기도 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직렬 8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도 있었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를 포함해 여러 메이커는 여전히 직렬 6기통 엔진을 고수하는데요. 이는 기술의 발달로 직렬 6기통의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V형 엔진의 진동 흡수력도 밸런서 기술의 발달로 개선되었다지만 직렬 6기통의 구조적인 장점을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직렬 6기통 엔진은 횡방향의 진동을 상쇄해 완전 밸런스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회전에서도 조용하고 섬세하게 움직이는데, 이러한 장점은 엔진이 노후하면서 더 큰 장점이 됩니다.
V형 엔진
V형 엔진엔진 실린더의 배치가 측면에서 봤을 때 알파벳 V자와 비슷해서 V형 엔진으로 불립니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가장 일반적인 엔진 형식으로 실린더가 지그재그 형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V형 엔진의 V라는 글자를 사용해서, 6기통 V형 엔진을 ‘V6’라고 표기합니다.
V형 엔진은 직렬엔진과 수평대향 엔진의 중간 형태를 띱니다. 실린더를 지그재그로 배치하여 같은 기통의 직렬엔진보다 엔진 길이가 짧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린더 블록의 각도가 직렬엔진보다 커서 무게중심이 직렬엔진보다 낮아지면서 주행 성능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V형 엔진의 2분할된 실린더 블록은 뱅크(bank)라고 부릅니다. 뱅크가 좌우로 나누어져 있어서 필요한 경우엔 한쪽 열은 정지시켜 한쪽 뱅크만으로도 동력을 얻고 달리는 것이 가능하여 연비의 향상을 꾀하고 있는 모델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뱅크 캠축에 들어가는 부품이 많아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엔진의 무게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V형 엔진의 뱅크는 어느 정도의 각도를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엔진은 60˚ V 또는 90˚ V 등으로 나뉩니다.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8기통에서는 90˚, 6기통에서는 60˚의 뱅크 각이 보통이며, 뱅크 간의 각도가 커질수록 무게중심은 낮아지지만 대신 수평대향 엔진의 단점을 가지게 됩니다.
6기통 이상의 승용차용 엔진은 대부분 V형 엔진 구조를 사용합니다. 6기통 이상의 직렬엔진은 승용차나 소형 상용차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개발이 어렵습니다. 대신 흔히 알고 있는 페라리, 맥라렌,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들이 V형 엔진을 사용 중입니다. 엔진의 길이가 짧아 차의 중심에 탑재할 수 있으며, 차량의 무게 중심을 낮추면 자동차 전체의 무게 균형감을 잡아주어 코너링 속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레이싱은 0.1초를 다투는 경주로 이러한 엔진의 각도 하나하나도 중요합니다. 자동차 자체의 성능향상을 위해서 다기통 엔진을 장착하는데 한정된 공간에 탑재하기는 V형 엔진이 수월합니다.
대표적인 V6의 경우, 전체 길이가 I4와 비슷해 중형급의 앞 엔진 전륜구동 모델에 주로 사용되며 실린더의 직경을 크게 잡아 흡배기 효율을 높여 비교적 쉽게 고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성능 대배기량 스포츠카와 고급 세단의 몇몇 차량에서 V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모델이 많습니다.
수평대향 엔진
수평대향 엔진은 V형 엔진의 뱅크 각도를 최대한 넓힌 수평 형태로 엔진이 누워있기 때문에 보통의 엔진처럼 피스톤 운동이 상하가 아닌 좌우로 움직입니다. 피스톤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복싱선수가 두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닮아 박서(boxer) 엔진이라고도 불립니다. F형 엔진이라고도 불리며 수평대향 엔진만의 독특한 배기음이 특징입니다. 자동차에 탑재되기 시작한 건 1903년부터이며, 개발 당시에는 피스톤이 누워있는 상태에서 좌우로 움직이기 때문에 편마모에 취약하다는 내구성 문제가 있었습니다. 엔진룸의 구조 자체가 복잡하여 정비성도 좋지 못했습니다.
수평대향 엔진수평대향 엔진은 엔진의 높이가 낮고 가로길이가 넓습니다. 그러다 보니 엔진의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차량의 무게와 균형를 잡아 핸들링이 좋아지게 됩니다. 또한, 기존의 피스톤 엔진은 회전력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카운터 웨이트와 같은 평형 추가 붙어 무게가 증가하며, 크랭크축이 필요 이상의 강성을 요구받기 때문에 엔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엔진 전체 무게를 증가하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수평대향 엔진처럼 실린더를 눕혀서 배치하게 되면 양쪽 실린더의 폭발력이 상쇄되어 카운터 웨이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평대향 엔진의 가장 큰 문제는 원통형의 실린더가 수평으로 배치된 특성상 엔진오일이 실린더 상단까지 공급되지 않는 문제와 중력으로 인한 실린더 내막의 편마모 현상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치명적 손상을 입는 정도는 벗어났지만 수평대향 엔진의 근본적인 문제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피스톤 위쪽으로 엔진오일을 인위적으로 분사하는 드라이 섬프를 달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직렬이나 V형 엔진은 헤드가 위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점화플러그나 개스킷 등을 교환하는 일이 비교적 간단하지만, 수평대향 엔진은 헤드가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게다가 가로로 넓어서 공간이 비좁기 때문에 수리를 위해서는 엔진 전체를 꺼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엔진 구조도 단순하지 않아 이를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도 많지 않습니다. 엔진이 낮지만 넓게 설계되어 있어 작은 차체에 엔진을 앞에 두는 전륜구동 차에는 스티어링 기구 때문에 탑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평대향 엔진을 탑재하는 자동차로는 스바루와 포르쉐가 있습니다. 스바루는 4기통 엔진을, 포르쉐는 6기통 엔진을 사용합니다. 페라리는 12기통 엔진을 수평대향 엔진으로 제작하기도 하였고, 토요타의 쿠페인 84에도 4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장착했었습니다. 수평대향 엔진은 혼다 바이크와 BMW에서도 활용됩니다.
방켈엔진
방켈엔진(Wandel engine)은 독일의 기술자겸 현재 아우디의 전신이 된 NSU의 기술자인 펠릭스 방켈(Felix Heinrich Wankel, 1902~1988) 박사가 1954년 최초로 고안한 엔진으로 피스톤 대신 삼각형 모양의 로터를 사용하는 로터리 엔진입니다. 일반적인 왕복엔진은 실린더 내부에서 왕복운동을 하는 피스톤이 크랭크축과 커넥팅로드(연결봉)를 이용하여 회전력으로 변환하지만 방켈엔진은 로터가 돌아가면서 내부 공간에서 4행정 사이클이 동시에 진행되는 원리입니다.
1964년부터 생산을 개시하여 자동차에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만이 아니라 오토바이, 모터보트와 중장비, 항공기 등에도 방켈엔진을 적용하려고 했지만, 내구성과 연비, 배기가스 등의 문제로 점점 도태되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를 개발, 양산해서 자동차에 탑재했던 회사는 독일의 아우디(Audi)와 일본의 마쓰다(Mazda)입니다. 실질적으로 유일하게 방켈엔진을 양산했던 브랜드는 마쓰다였는데, 2012년에는 RX-8가 단종되며 현재는 시판 방켈엔진 모델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방켈엔진(Wankel engine)방켈엔진은 기존의 엔진의 실린더와 피스톤에서 벗어나 삼각형의 로터와 챔버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부가 누에고치 형상으로 설계된 챔버 안을 로터가 회전하면서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을 반복합니다.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하기 위한 크랭크 샤프트와 커넥팅로드가 없는 대신 메인샤프트와 유성기어가 있습니다. 로터가 돌면서 흡기포트가 열리고 혼합기가 챔버 내로 유입되면 로터의 회전에 의해 혼합기가 압축되어 밀도가 올라가면서 점화합니다. 점화한 혼합기는 폭발하고 팽창된 가스가 로터를 돌려 동력이 발생합니다. 발생한 동력으로 로터가 돌면서 배기포트가 열리고 배기가스가 방출됩니다.
4행정 왕복 엔진은 피스톤 왕복 2회에 1행정이 완료되는 것과 달리, 방켈엔진은 로터가 1회 회전하는 동안 약 3회의 행정이 돌림노래처럼 연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최초 행정에서 연소실에 주입된 혼합기가 압축 및 착화되는 동안, 그 다음 행정을 위한 혼합기가 이미 주입되어 있으며, 폭발 및 배기행정을 하는 동안에도 이미 또 다른 행정을 위한 혼합기가 연소실에 들어옵니다. 이처럼 방켈엔진은 동력을 만드는 폭발행정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방켈엔진은 동력을 만드는 폭발행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왕복엔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적은 배기량으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마쓰다의 방켈엔진은 같은 배기량의 4행정 가솔린 엔진에 비해 2배가량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엔진의 진동을 유발하는 왕복 과정이 없어 진동이 적은 특성을 가지면서도 상대적으로 고회전으로 출력을 끌어내는 데에 유리합니다. 로터 자체가 엔진 축의 역할을 하므로 고회전 영역 상승의 대응력도 강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구조가 간단하여 부품 수가 적어 일반 엔진과 비교했을 때 작고 가벼우며 정비도 쉽습니다.
하지만 방켈엔진은 상용화하기에 위험부담이 따르는 엔진이기도 합니다. 방켈엔진의 모든 장점을 위해서는 기밀유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방켈엔진은 구조상 기밀 유지와 윤활이 왕복 엔진에 비해 매우 까다롭습니다. 방켈엔진 로터의 각 첨단부에 기밀유지를 위해 에이팩스 실링을 설치하고, 이를 스프링의 장력으로 밀어 기밀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연소실의 트로코이드 면에 에이팩스 실링이 마찰 진동을 일으켜, 연소실 내벽에 체터마크(chatter mark)라는 물결 모양의 마모를 만듭니다.
따라서 왕복 엔진의 실린더에 비해 성능의 저하 시점이 빨리 찾아옴은 물론, 극단적일 경우에는 하우징을 새로 교체하거나, 아예 새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 등, 유지보수 면에서 왕복엔진에 비해 떨어지는 면이 존재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발행정으로 인해 연료의 소비도 많으며, 저회전 대의 토크가 낮아 고회전을 유지하면 엔진의 과열로 발열이 심한 점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널리 상용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엔진 기술과 소재가 크게 발전한 지금도 구조상의 문제점과 특허 및 기술개발 비용 등의 문제도 있으며, 기존의 생산 경험이 없는 브랜드에서 굳이 방켈엔진을 새로 개발하고 생산할 이유가 없어 방켈엔진의 대중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캠샤프트
캠샤프트(camshaft)는 밸브를 열고 닫는 캠(cam)에 붙어 있는 축입니다. 캠 표면에 약간의 변화가 있어도 각 밸브의 리프트나 개폐 시기가 달라져 기관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므로 오랜 시간 사용해도 휘지 않도록 주철로 만듭니다. 연료가 되는 혼합기는 실린더 헤드의 흡기 포트에서 흡입되고, 배기 포트에서 연소 가스의 배출이 이루어집니다. 각 포트를 열고 닫는 밸브의 작동은 캠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SOHC, DOHC, OHV의 구조
OHV
OHV는 OverHead Valve(오버헤드 밸브)의 약자입니다. 1960년도 후반에는 엔진의 밸브가 실린더 헤드에 설치되어 있고 캠이 중간 연결대인 푸시로드와 로커 암을 통해 여닫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노킹(knocking)이 일어나지 않으며 고압축비를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고속용 엔진에 적합한 OHC 형식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OHC
OHC는 OverHead Camshaft의 약자입니다. 1970년도 초기부터 연소실의 효율을 위해서 캠샤프트가 직접 밸브들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엔진의 윗부분인 실린더헤드 부위로 올라오게 되었으며 이것을 OHC엔진이라고 불렀습니다. OHC는 푸시로드보다 더 정확한 밸브 개폐가 가능하여 흡기 및 배기 효율이 높으며 작동 부품이 줄어들어 엔진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이때 캠축이 하나면 싱글 오버헤드 캠샤프트 엔진(single over head camshaft engine, SOHC 엔진)이고 흡기, 배기밸브에 각각 총 2개의 캠축이 있으면 더블 오버헤드 캠샤프트 엔진(double over head camshaft engine, DOHC 엔진)이라고 합니다. DOHC는 캠샤프트가 2개 있어 트윈캠(Twinca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DOHC와 SOHC의 차이
DOHC
DOHC는 Double Overhead Camshaft(더블 오버헤드 캠샤프트)의 약자입니다. DOHC는 두 개의 캠축을 사용하는 형식으로 흡기밸브와 배기밸브에 각각의 캠샤프트가 연결된 엔진입니다.
엔진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흡기량과 배기량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정해진 공간에서 밸브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흡배기 밸브의 개수를 늘리게 됩니다. 많은 수의 밸브를 열고 닫으려다 보니 하나의 캠샤프트로는 과부하에 걸리기 때문에 두 개의 캠축이 장착되었습니다. SOHC도 밸브의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구조가 복잡해지므로 캠축을 늘리는 DOHC가 되었습니다. 로커암을 제거하여 밸브의 저항도 줄이며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도 출력을 높일 수 있어 오늘날엔 DOHC 엔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DOHC는 캠샤프트를 따로따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으로 고회전에서도 밸브 타이밍이 정확한 것이 장점이며, 캠에 무리 없이 밸브의 배치와 수를 자유롭게 변화시켜 연소실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출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고속 회전에서 원활함이 중요한 경주용 자동차 등 모터스포츠 분야에 활용합니다.
DOHC 엔진은 SOHC에 비해 부품 수가 많고, 구조가 복잡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SOHC 엔진에 비해 최대 출력에서 약 20~30% 정도 높게 나옵니다. 대신 캠샤프트가 두 개로 늘어나 구조적으로 복잡해지며 정비성이 떨어집니다. 엔진이 무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밸브가 많아지면서 연료소비가 커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고 소음이 크거나, 흡배기량이 많아 엔진의 연료 폭발력이 커 엔진의 내구성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개발 초기에 주로 나타났던 것으로, 현재는 엔진기술의 발전과 가변 밸브 리프트나 가변 밸브 타이밍 등의 기술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SOHC
SOHC는 Single Overhead Camshaft(싱글 오버헤드 캠샤프트)의 약자입니다. SOHC는 하나의 캠축을 움직여 흡기, 배기밸브를 열고 닫는 방식으로, 크랭크축에서 벨트나 체인으로 캠축에 동력을 전달하면 캠축이 회전하면서 로커암을 움직여 밸브를 열고 닫습니다. 크랭크축이 2회전하는 동안 캠축은 1회전을 합니다. 높은 속도에서 엔진 회전수가 빨라지면 배기가스 병목 현상이 생겨 토크와 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SOHC는 엔진 다운사이징을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연비 효율이 떨어지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저속에서는 DOHC보다 연비가 좋고 엔진 소음이 적습니다. 구조도 간단하여 정비성이 좋습니다.
엔진 기통
엔진 내부에서 피스톤이 상하운동을 하는 공간을 실린더(cylinder)라고 합니다. 이 실린더의 개수에 따라 몇 기통인지가 정해지며, 당연히 피스톤의 개수도 기통의 숫자와 동일합니다. 중형차는 흔히 2,000cc 정도의 배기량이기 때문에, 1개의 연소실을 가진 엔진을 자동차에 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2,000cc의 배기량을 단기통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크기의 연소실을 갖춰야 하며 이를 구성하는 각종 부품도 엄청나게 커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엔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거대한 연소실에서 생겨나는 폭발력도 크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엔진의 내구성도 요구됩니다. 아울러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운전자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그런 거대한 엔진을 자동차에 실을 수는 없기 때문에 큰 배기량을 여러 개의 기통으로 나눠 분담하면서 각 연소실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4기통
4기통 엔진은 세계적으로 소형차, 대형차, 소형 상용차 등 다양한 차종에 걸쳐 탑재되는 엔진입니다. 모터사이클 등에서는 V형 엔진도 볼 수 있고, 일부 자동차에서는 수평대향 방식의 엔진이 탑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동차는 직렬 4기통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4기통은 2~3기통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적고, 6~8기통 엔진보다 연비 효율이 높으며 크기가 작아 여러 면에서 가장 균형적인 형태의 엔진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형태입니다. 소나타, 아반떼, 투싼, 싼타페, K3, K5 등 대부분의 자동차가 4기통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6기통
6기통 엔진은 모양에 따라 직렬 6기통과 V형 6기통이 있습니다. 직렬 6기통 엔진은 6개의 실린더를 일렬로 배치하다 보니 길이가 길어져 V형 6기통(V6)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합니다. 직렬 6기통 엔진은 V형 6기통 대비 피스톤 운동 균형이 최적화되어 진동이 감소합니다. 직렬 6기통이 V6보다는 소음이 덜하며, 효율적인 토크와 파워에 있어서는 유리한 엔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직렬 6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래된 모델이지만 GM대우의 토스카, 매그너스, 쌍용의 체어맨 등이 직렬 6기통 엔진을 사용합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GLE, BMW X5 시리즈가 직렬 6기통을 사용하고 있으며, 제네시스의 GV80에 디젤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됩니다.
V형 6기통 엔진은 부피가 크지만 직렬형과 비교해 효율적인 실린더 배치로 엔진룸 공간 확보가 가능합니다. 냉각에도 유리하여 6기통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3기통씩 V자 형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V6의 경우 실린더의 각도가 수직 방향에서 기울어져 있는데 힘 운동이 기울어지게 되면 진동이 커집니다. 이 진동은 소음으로 이어지지만, 최근에는 엔진 기술의 발전으로 직렬형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그랜저 3.3이나, K7 3.0, 제네시스 가솔린 모델 등이 V6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8기통
사실상 8기통은 V형 배치밖에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렬형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지며 비용이 많이 듭니다. 직렬 8기통을 만들려면 캠샤프트나 크랭크 샤프트가 지나치게 길어지게 되어 비틀림을 막을 수 없는데, 고회전에서 캠이나 크랭크가 휘어진다는 건 바로 엔진의 손상을 의미합니다.
V형 8기통 엔진은 4기통을 V자 모양으로 병렬로 배치한 엔진입니다. 기아 K9과 제네시스 G90, 메르세데스 G class,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에 장착되는 엔진입니다. 6기통 엔진의 경우 직렬형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8기통부터는 직렬로 배치하면 엔진의 길이가 너무 길어져 차체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길이를 줄이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V형 배치로 만들어집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일부 회사들은 수평대향 8기통이나 V형 4기통 엔진 2개를 옆으로 이은 W형 8기통 엔진 등 독특한 구성의 엔진을 내놓은 적도 있습니다. 8기통 엔진은 실린더별로 적정 수준의 힘을 내기 위해서는 대략 4,000cc 이상의 배기량을 가지고 있으며, 큰 파워가 필요한 스포츠카나 대형차와 같은 고성능차에 주로 탑재됩니다. V형 8기통 엔진은 부품이 복잡하여 유지보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며, 무게가 나가는 편으로 스티어링과 연관이 많습니다. 오버 스티어의 차량은 큰 운동에너지가 발생하여 스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언더 스티어의 차량은 코스에서 이탈할 확률이 있습니다.
12기통
페라리 V12 엔진V12 엔진은 V자 모양의 두 개의 실린더 블록에 실린더가 각각 6개씩 배열된 엔진입니다. V12 엔진은 초호화 세단이나 초고가형 하이퍼카에 탑재됩니다. V12는 환경규제가 심화될수록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엔진입니다. 실린더가 12개라는 사실 자체로 어마어마한 무게이기 때문에 경량화를 위해 엔진 부품에 마그네슘 합금,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2기통의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쓰임새가 적기 때문에 12기통 엔진은 여유로움과 화려함의 상징입니다. 단순한 성능으로는 V8이나 V10으로도 충분하지만 12기통 엔진의 위압감과 상징성에서 차별화됩니다. V12 엔진이 어쩔 수 없이 공간을 많이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엔진이 내는 큰 힘과 엔진이 들어갈 공간을 감당할 수 없다면 V12 엔진을 얹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실용적인 면이 항상 문제로 꼽히지만, V12 엔진은 프리미엄이나 럭셔리 브랜드 모델에 탑재되기 때문에 대중적 자동차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과 엔진 고유의 장점 그 자체가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킵니다. V12 엔진을 탑재한 대표적인 모델로는 애스턴마틴 스피드스터, 메르세데스-AMG S65L, 롤스로이스의 아벤타도르 S, BMW의 750il, 페라리의 812 수퍼패스트 등이 있습니다.